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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지연의 미술 소환
mygrim ( HOMEPAGE )01-14 00:56 | HIT : 217

SITELINK 1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1252033025&code=990100#csidx0a4b80ca01f10aca647c5999e9ffc10
자기 몸을 태워 주위를 밝힌다 하여 촛불은 오랜 세월 희생과 봉사의 상징이었다.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 불면 다 꺼진다’는 말을 쉽게 던질 수 있을 만큼 약하기 때문에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보살피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래서 촛불은 거룩한 수호의 정신을 상징한다.

인생무상의 주제를 다루는 바니타스 정물화 속에서 촛불은 유한한 인생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바니타스를 이야기하던 중세 말 유럽 사람들은 디플레이션, 흉작, 기근, 흑사병에 시달리며 그들의 세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파국의 끝에서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을 예견했다.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찾아드는 죽음 앞에 그들은 부귀영화와 명예를 추종하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일인지 경험했다. 집단적 죽음의 행렬 속에 생명의 가치를 지독하게 깨우친 그들은 “너도 언젠가는 죽으니까 너무 우쭐대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은 라틴어 ‘메멘토 모리’와 함께 ‘바니타스’를 이야기하며 겸손한 삶의 태도를 강조했다.


작가 박영균은 1987년 이후 수차례 거리가 광장으로 바뀌는 현장을 보았고 화폭에 담았다. ‘2008년 6월10일 스파이더맨이 보이는 풍경’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 범국민 촛불집회의 장면이다.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이 이순신 동상 앞에 쌓여 있는 ‘산성’에 막혀 있다. 그곳을 경계로 붉은 열기와 스산한 푸른빛이 대조를 이룬다. 시선을 조금 위로 들면 고층 빌딩 벽면에 매달린 스파이더맨이 보인다. ‘평범한 한 사람의 책임 있는 행동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를 다루고 있는 이 만화 속에서 그는 온갖 능력을 발휘하며 악당과 싸운다. 하지만 지독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그의 일상은 남루할 뿐이다. 극단적인 생활을 오고가는 그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독자들은 그를 서민형 히어로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미국산 서민형 히어로 스파이더맨이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문득 뒷골이 서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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