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에서----
촛불시위 논란의 본질을 보자!
지금 네티즌들 사이에서 촛불시위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촛불 시위에 한번도 참석하지 않은 원죄가 있어서 이 문제는 가급적 원급하지 않으려고 했다. 참석하지 않은 이유는 구차한 변명은 하기 싫고 성격적으로 그렇게 사람이 많이 몰리는 장소는 싫어한다고만 말하고 싶다. 같은 이유로 월드컵의 그 열기에도 나는 실내에서 대한민국을 외쳤다. 나도 내 이런 성격에 좀 문제가 있다고 여기고 있으니 더 이상의 아픈 지적은 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
따라서 나는 촛불시위 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서프에서 참석한 분들의 글들과 뉴스기사가 전부이다. 하지만 그것이 달리 보면 조금은 객관적으로 촛불시위를 말할 수 있는 입장을 나에게 제공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촛불시위와 그 이전의 소파개정 시위에서 범대위의 역할과 공로를 나는 인정한다. 범대위에 속해 있는 민노당 분들과 권영길 대표가 해온 일들에도 역시 존경을 표시하고 싶다. 나는 이점에 있어서는 단호하다. 요 근래의 시위에서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렴풋이 알겠지만 그럼에도 범대위를 무조건 비난하고 민주노동당을 비난하는 지금의 분위기에 나는 일단 제동을 걸고 싶다.
그들은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까지 제일선에서 이 문제를 이끌고 나온 사람들이며 경찰에 끌려가면서까지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은 이들이다. 그러한 그들의 주장에 당파성이나 목적성을 부여해 지적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이다. 우리 중 어느 누구도 그들의 그러한 열성과 직접적 노력에 침을 뱉을 자격을 가진 이는 없다고 나는 또 주장한다.
일단 그들의 공은 인정하자. 여기서 김대중 씹기를 즐겨하는 이에게 여러분들이 하는 가장 흔한 말이 그것 아닌가? 김대중에게 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과가 공을 다 덮을 정도냐고? 오히려 공이 더 큰 것이 아니냐고? 나는 그 말을 범대위에게 향하는 여러분들의 일방적 비난에도 하고 싶다.
그러나 범대위 역시 비난의 화살은 피할 수 없다.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역시 뭔가 불만이 있다는 것이다. 범대위를 지지하는 쪽은 그들대로, 그들을 비난하는 쪽은 비난하는 쪽대로 말이다.
붉은 악마가 6월의 대한민국을 뒤덮었다. 뭐, 다소 무리가 있었다는 후담도 있었지만 그 엄청난 인원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치고는 월드컵의 축제는 아주 무난하게 치러졌다.
노사모와 희망돼지의 열풍이 역시 대선 현장을 뒤덮었다. 사이버상의 과열 시비가 있기는 했지만 돈 받고 하는 금권정치가 아닌 자기 돈 내가면서 무료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새로운 흐름은 정치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변화시켰다. 그리고 12월 19일~20일의 저녁과 밤은 축제의 현장이 되었다.
촛불시위는 평화와 반전을 염원하는
자발적인 축제의 한마당으로 승화돼야 한다
이러한 네티즌과 새로운 시민의식의 흐름은 바로 춧불시위로 이어졌다. 나는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 네티즌들의 자유로운 모습과 우리 한국 사회의 축제의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촛불 의식에 축제라는 표현은 다소 이상할 수도 있지만 축제라는 영화에서 우리의 고유 장례의식을 잘 묘사했듯이 우리의 죽은 이를 떠나 보내는 의식은 그렇게 무겁고 엄숙한 것만은 아니다.
물론 두 어린 여중생의 영혼을 추도하는 의식은 다소 무거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이 세대들은 그러한 현장에서 촛불을 들고 두 여중생을 추모하는 노래를 부르며 세상을 향한 보다 열려있는 한 걸음을 내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확실히 우리 386 세대나 그 이전의 세대가 가지고 있는 최루탄과 쇠파이프, 곤봉이 난무하는 시위 문화와는 이질적인 새로운 모습임이 분명하다.
나는 범대위가 과거의 폭력적 시위를 추구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들도 나름대로 평화적 시위를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은 기본적으로 과거의 세대이고 과거의 시위 문화에 익숙할 뿐이다.
두 어린 여중생을 추모하기 위해 소파를 개정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미대사관을 포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을 뿐인 것이다. 미대사관과 아무 상관없이 광화문 네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노래를 부르며 두 어린 여중생을 추모하고 서로의 손을 잡는 것만으로 시민들의 마음속에, 그것을 지켜보는 세계인의 마음속에 평화와 정의에 대한 싹이 핀다는 사실, 그러한 싹이 미대사관을 감싸는 것 보다 훨씬 보기 좋을 수도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그런 세대일 뿐인 것이다.
앙마가 범대위와는 별도로 네티즌만의 시위를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2002년 터져 나오기 시작한 이 새롭고 강력한 흐름은 이제 정치판에서 축구장에서 그리고 우리의 시위현장에 까지 도도히 흐르고 있다. 범대위가 생각하는 시위 문화의 소멸을 말하는 신호탄, 그것이 어쩌면 이번 촛불시위에 대한 논란의 진실이 아닐까?
그럼에도 나는 범대위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동교동이 해체되는 것이 시대의 대세라고 해도 동교동이 한국 민주화 운동사에 끼친 흔적마저 사라지는 것이 아니듯 범대위도 나름대로 그들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역사는 그렇게 흘러간다.
미군 장갑차 사망 여중생 사이버 분향소 - http://www.ngotimes.net/Condol.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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